「신성」이라는 별 뺏지를 교복에 달고 다녔던 지난날도 어언 반세기. 이젠 훌쩍 넘겨버린 초노의 대선배로서 먼저 부끄럽다. 되돌아보면 찰라인 것 같은 시간들.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같았던 고향 제주를 등지고 타향인 서울에서 자리 매김한 동창 친구들은 사십년 동안 몇 달에 한번 씩 만나 따뜻한 밥 먹고 담소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쑥스럽게도 장학재단에 장학기금을 기부한 동기는 단순하다. 6회 선배님들이 베풀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접하며 우리 9회도 십시일반으로 모교에 작은 성의로 답하리라 하는 마음이 열렸음이라. 작은 겨자씨 한 개 땅에 심는 심정으로 말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라는 말은 진실이다. 우리 모두 신성의 귀중한 딸이라는 믿음과 자긍심을 갖자. 바라는 것은 후배들의 선행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신성! 졸업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우리는 󰡐사은회󰡑하는 신성의 전통에 따라 늘 그립던 은사님들을 모시고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각자 흩어져 다른 삶들을 살고 있는 동기들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십시일반 기금을 모으고, 교정에서의 추억들을 하나씩 찾아내면서, 우리들의 가슴에 늘 신성이라는 이름을 새기며 경천애인을 밑바탕에 깔고 각자 멋지게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여진 기금 중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모두의 뜻을 모아 장학금을 전달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언제나 신성을 향한 그리움과 열정이 타오르고 있는 만큼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그에 못지않음이니. 후배들이여 꿈을 펼치기를 바라며, 신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어주고 믿어주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2017년 1월 11일 발간한 신성인의 힘 제2호에서 옮겼습니다.